몸에 지닌 推薦狀[추천장]
어느 회사에서 어린 사람 한 명을 뽑는데 여러 곳에서 10여 명의 소년이 각각 유명한 신사의 편지를 한 장씩 맡아 가지고 왔습니다.
편지마다,
이 소년은 공부도 잘하여 우등으로 졸업하였고, 품행이 얌전하여 잘못 없 이 일을 잘 볼 사람인 것을 제가 보증하오니, 꼭 뽑아 주기를 바랍니다.
는 말이 씌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편지를 추천장이라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배인은 그 유명한 이의 추천장을 가지고 온 소년 은 모조리 돌려 보내고, 추천장도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온 소년을 뽑았 습니다.
옆에 있던 이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어찌하여 훌륭한 명사가 보증하는 사람을 안 뽑고, 보증도 추천도 없는 근본 모를 소년을 뽑았소?”
하고 물었습니다.
지배인은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면서,
“허허, 그 소년이 아무 보증도 없고, 추천장도 없다는 말은 잘못 생각하 신 말입니다. 그 소년은 왔던 소년들 중에 제일 유효한 추천장을 가지고 왔 습니다. 첫째, 그 소년은 문에 들어서기 전에 구두의 흙을 털고 들어왔고, 들어와서는 돌아서서 문을 고요히 꼭 닫았으니, 그것은 그가 주의성 많고 차근차근한 성질을 가진 증명이요, 들어와서 기다릴 때에 절름발이 소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앉았던 자리를 내주었으니, 그의 성질이 착하고 친절한 증명이요, 말을 물을 때에 모자를 벗고 대답을 하였으니, 그것은 그 가 민첩하고 머리가 똑똑한 증명이요, 내가 미리 방바닥에 책을 한 권 내려 뜨려 두었는데, 그 소년은 보자마자 얼른 집어 책상 위에 올려 놓았으니, 그의 머리가 주도(周到)하고 엽렵한 증명이요, 그의 옷을 보니, 먼지가 묻 어 있지 아니하고 손톱이 길지 아니하니, 그가 정결한 사람인 증명입니다.
그리고 나아갈 때에 복잡한 데에 섞여 앞 사람을 밀거나 하지 않고 뒤에 물 러섰다가 천천히 나갔으니, 그것은 그가 항상 덜렁대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 가 있는 증명이라, 그만하면 더 좋은 증명이 어디 있으며 더 훌륭한 추천장 이 어디 있습니까. 다른 명사의 추천장 몇 십 장 몇 백 장보다 더 나은 추 천장을 자기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를 뽑지 않고 누 구를 뽑겠습니까.”
하였습니다.
아무라도 이것은 옳은 말이라고 믿습니다.
〈《어린이》 5권 3호, 1927년 3월호, 삼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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